할리우드 인맥 자랑하던 '재산 5조' 왕자…장례식장은 '텅텅'

입력 2020-10-28 14:01   수정 2020-10-28 14:27


할리우드 유명인들과의 파티를 즐기며 자신만의 '신데렐라'를 찾던 자원 부국 브루나이의 압둘 아짐 왕자가 38세로 생을 마감했다.

수많은 인맥에 재산만 50억 달러(약 5조6600억원)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떠나는 길은 고독했다. 아짐 왕자의 장례식에는 직계 가족만 애도를 표했다. 평소 친분을 과시하던 유명인들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브루나이 왕위 계승서열 4위…재산 50억달러
브루나이 왕궁은 보르네오불리틴을 통해 26일(이하 현지시간)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둘째 아들이자 왕위 계승서열 4위인 압둘 아짐 왕자가 지난 24일 오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브루나이 왕궁은 한 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아짐 왕자의 사인은 면역질환인 전신성 혈관염으로 알려졌다. 아짐 왕자의 동생인 압둘 마틴 왕자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형은 전신성 혈관염과 동시에 조울증에도 시달렸다"고 전했다.

아짐 왕자는 '억만장자'로 유명세를 떨쳤던 인물. 생전에 보유한 재산만 50억 달러였다. 남태평양 보르네오 섬 북쪽에 위치한 브루나이는 동남아 최부국 중 하나다.


브루나이는 57만7000헥타르로 경기도의 절반 크기에 인구도 44만여명에 불과하지만 석유·가스 등 자원 부국으로 꼽힌다. 브루나이의 일일 석유생산량은 약 13만 배럴(2015년 기준)로 동남아 원유생산국 중 3번째로 많다. 1972년 아시아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출하기 시작해 현재 동남아에서 3번째로 많은 천연가스 보유 및 생산국이기도 하다.

2017년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2만8000달러 수준. 그렇다 보니 북유럽 못지 않은 풍족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있으며 병원비도 거의 무료다. 국민에게 용돈도 준다.

동남아 유일의 전제군주제 국가라는 점과 잔혹하기로 유명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국법에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왕족은 이마저도 예외다. 브루나이에선 절대군주인 국왕(술탄)과 왕족을 견제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다. 국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천연자원을 수출해 끌어모은 부의 대부분도 국왕과 왕족의 몫으로 돌아간다.

장례식 '텅텅' …"행복한 왕자 아니라 잃어버린 왕자"
이렇다 보니 왕위서열 4위였던 압둘 아짐 왕자의 부도 엄청났다. 아짐 왕자가 자주 포착된 장소는 왕궁이 아니라 유명인들이 모이는 파티 자리였다. 2013년 자신의 생일파티에 미국 할리우드 배우 린지 로한을 초대했는데, 초대 비용만 10만 달러(약 1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과시한 인맥은 배우 라켈 웰치,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부터 가수 머라이어 캐리, TV 시리즈 '베이워치'로 이름을 알린 파멜라 앤더슨까지 다양했다. 보수적인 나라의 대표 격인 이슬람 국가에서 할리우드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삶을 즐긴 셈이다.


그의 할리우드 사랑은 영화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아짐 왕자는 힐러리 스왱크가 쇠약해진 병을 앓고 있는 클래식 피아니스트 역할을 맡은 '유아 낫 유(You're Not You)', 에밀리 왓슨과 콜린 퍼스가 출연한 '더 해피 프린스(The Happy Prince)' 등을 제작했다.

자신의 부와 지위를 이용해 소아암, 백혈병 등 난치병 어린이 후원 단체인 '메이크어위시 재단(Make-a-Wish Foundation)'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억만 재산을 두고 죽음을 맞은 아짐 왕자의 곁은 쓸쓸했다. 생전에 친밀감을 표했던 유명인사들 대부분이 그에게 원한 건 엄청난 재산과 왕자라는 타이틀이었기 때문이다.

측근들은 "아짐 왕자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아짐 왕자는 케이트 모스, 클라우디아 쉬퍼 같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것을 즐기면서도 평소 "사진이 참 어울리지 않는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외신은 "가장 좋아했던 팬터마임 공연 '신데렐라'처럼 그도 진실한 사랑과 친구를 찾아 헤맸다. 그는 결국 부유해서 행복한 왕자가 아니라 잃어버린 왕자가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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